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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기

2. 내가 30대 중반에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이유

by 쨍한 여름 2021. 4. 1.

  20대 때 학점은행제를 통해서 학위를 취득하려고 공부했다. 

전공은 '경영학사' 로 정했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학점으로 인정되는 부분이 있어서 경제와 회계를 공부했다. 

경제나 회계를 좀 알고 있으니까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투자도 그렇게 어렵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경제 신문도 나름 꾸준히 읽었다. (학위를 취득하고 일을 하면서부터는 공부고 뭐고 다 접게 되었지만..) 

 

 일을 하고 시간이 흐르고 감당하기 조금 벅찬 일들도 겪고 하다보니 어느덧 30대가 훌쩍 넘어있었다. 

타지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가족과 떨어져 살던 언니가 퇴사를 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다시 함께 살게 되었는데 그 때 처음 구했던 집은 신축 아파트에 전세였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이사를 여러 번 다니긴 했지만 같이 집을 보러 간 적도 없었고 집의 계약사항이나 보증금이나 월세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대략적인 상황만 알고 지내왔었다. 이 때에도 나는 그저 언니가 구한 집에 들어가서 살게 되었고 그게 다였다. 

 

 하지만 그 집의 전세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새로 집을 구해야 했는데 이 때 나는 생전 처음 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부동산에 직접 가서 집을 둘러보는 일.

 나는 살고 싶은 집에 대해서 원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도 참 초보적이었구나 싶은데, 집이 버스정류장에서 가깝고 주변에 운동장과 마트와 도서관이 있고 뭐 그런 것들이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언니가 엄마가 아닌 굳이 나한테 집을 같이 보러 가자고 했던 이유가 따로 있었다. 

그당시 나는 아빠와 아주 극심하게 불화하는 상태였다. 언니는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엄마, 아빠는 따로 살게 될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를 데리고 부동산에 갔던거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일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집에서 딱히 별 일 없이 있다가 갑작스럽게 집 보러 가자고 해서 얼떨 결에 따라나선 셈인데, 막상 내가 직접 집을 고르려고 보니 집의 상태와 함께 고려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 가격, 바로 '집 값' 이었다. 언니 돈에서 해결하는 일이긴 했지만 내가 보기에 가진 돈은 빤한데 그걸 집을 구하는 데에 다 써버리면 당장 생활이 힘들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조건들도 조건이지만 일단 가격에 상한선을 그었다. 

 

 그래서 결정하게 된 집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다. 

부동산 계약이나 집을 구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처음' 부동산을 보러 간 '첫' 날에 집을 구매하는 계약까지 한 것이다. 계약을 하려고 부동산에 앉아 있으면서 옆에 있던 언니한테 '지금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라고 물었던 게 생각난다. 

 

  이렇게 초스피드로 결정할 수 있었던 건 구매하게 된 집의 가격이 전세로 살던 집의 전세값보다도 한참 낮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정말 놀랐었다. 아니, 집값이 이렇게 쌀 수가 있다니! 마치 '어머! 이건 사야돼!' 라는 느낌이었달까.. 

그리고 집을 보러 왔을 당일에는 집이 꽤 멀쩡해보였다.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전까지 내가 직접 거주하려고 남의 집을 구경하러 다닌 적이 없다보니 집안 쪽에서는 뭘 구체적으로 봐야하는 건지 개념이 없었다. 당연히 리스트도 없었다.

 

 그리고 모든 가격에는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 동네 집 값이 그렇게 파격적으로 낮은 데에도 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이 동네는 산동네이다. 

여타 아랫동네들처럼 주민센터, 학교, 마트, 은행 등등 있을 건 다 있지만 경사 각이 끝내준다. 그래서인지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쓰면서 보니 수요가 가장 큰 요인인 것 같은데, 보통 부동산 호재를 떠올려보면 역세권, 상권처럼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교류가 활발한 지역에 있는 부동산을 많이 거래하려고 하니까. 그런 지역들이 가격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아무래도 매매도 활발하게 이루어질테니까. 

 하지만 이 동네는 그런 면에 있어서는 조용한 편이다. 

 

 

 전세나 월세가 아닌 매매로 집을 구해서 들어온 건 '가격' 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겁도 없고 뭘 많이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나 '가격' 적인 면에서 보면 그 당시로서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 또한 든다. 

 

 전세나 월세도 그리 비싸지 않은 곳에 집을 구해서 살다가 변하는 상황에 맞춰 다시 그에 맞는 집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년간 이사 다녀 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계약기간에 맞춰 매번 이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집에 들어오고나서 이 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걸 체감하는 게 몇몇 있다.

 '매매' 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큰 돈이 묶이게 되고, 대출이 있기 때문에 원리금도 나가고, 무엇보다 집이 다시 팔리거나 새로운 집을 구해서 나가지 않는 이상 거주지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무엇보다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적정 가격' 에 대해서 생각해 볼 일이 생길 때마다 내 심장은 말 그대로 벌렁벌렁 한다. 

'나 때문에, 괜히 내가 집을 사자고 해서 언니가 큰 돈을 쓰게 만들고, 언니를 힘들게 한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에 이루 말 할 수 없는 큰 돌덩어리가 얹힌 것만 같다. 

 

 내 결정이 잘된 건지 잘못된 건지 판단할 능력조차 내게 없고 아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나를 너무 답답하고 괴롭게 했다.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에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부동산에 대해 잘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싶었다. 

 서른이 넘게 살면서 부동산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딱히 없었는데 집을 직접 구해본 경험이 아주 큰 계기가 되었다. 

 

 경제, 회계 공부를 했어도 막상 주식을 해보려니 뭐가 뭔지 몰라서 책을 덮었던 나였던지라 부동산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상식을 알려주는 책도 처음에는 읽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읽다보니 다행히 쉬운 부분도 나오고 이해가 잘 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는 나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공부해서 성과가 괜찮게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