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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기

용기를 내자

by 쨍한 여름 2020. 3. 6.

언니는 기차 타러 구포역에 갔다.
오전 8시 반 기차라고 한다.
서울역에 도착하는 기차라고 한다.
집에서는 7시 40분쯤에 떠났다.

가기 전에 이불을 싸가려고 했는데
이불이 포장되어 왔던 이불파우치에 이불이 들어가지 않아서 가져가지 못했다.
그 파우치에 이불이 들어갔다고 해도 짐이 너무 많아서 가져가기엔 무리였을 것 같다.
어깨에는 핸드백을 가로질러 매고
등에는 노트북 가방을 매고
손에는 큰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집을 나섰다.


갑자기 2017년 2월에 아직 천안 아산 배방에 살 때
언니가 미용실에서 매직인가 머시긴가를 하고
회사 앞에 있는 엔젤리너스 라는 카페에서 만났던 때가 떠오른다.
눈이 온 다음 날이었고
조금 추웠고
카페에서 우리는 공부 비슷한 걸 했다.

이 때가 떠오르는 건 아마도
언니가 일을 하러 다른 지방으로 떠난 첫 날이자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지금에 비해서
그때가 마음이 더 안정적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혼자 있거나 떨어져 있을 때보다는 같이 있을 때 마음이 더 놓인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조치해 줄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그냥 한 공간에 같이 있다는 그 자체가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게 해준다.

어쩌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예상치 못한 때에 시도때도 없이 어떤 소리들이 들리는 곳이라서
놀라기 쉬운 환경이라 더 그런 걸지도 모른다.
누구라도 같이 있으면 불안하지 않으니까.


하루라도 빨리 언니가 일하는 지역에서 고양이들이랑 같이 지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짧게라도 각자의 시간을 갖고 각자의 일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그럼 나도 이런 불안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괜찮아지는 법을 배우게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