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혼자 포토샵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
끝이라고 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내가 포토샵을 공부하려는 이유
어렴풋하게라도 항상 포토샵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카메라로든 핸드폰으로든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나 인터넷에 올려보면 참.. 뭐랄까.. 종종 할 말이 없어지곤 했다. 다른 블로그들을 보면 사진들이 참 정갈하고 깔끔한데, 내 사진은 크기도 무지막지 하고 화질도 너무 사실적이었다.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그건 내 능력 너머인 것 같았다. 이러한 이유로 포토샵을 공부하면 사진을 보정해서 내가 찍은 사진을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처럼 좀 더 감성적이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밥벌이의 고단함을 온 몸으로 체감하던 시절에 '웹디자이너' 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꽂혔었다.
출퇴근에 적지않은 체력을 소모했던 나에게 그 당시 알고 지내던 친구 중 한 명이 집에서 의뢰받은 일을 작업해서 메일로 보내주면서 일을 한다고 했을 때 나도 정말 그렇게 일하고 싶었다. 여기에 '디지털 노마드' 라는 말에까지 마음이 심하게 홀렸었다. (요즘은 디지털 노가다라며..)
먹고 살기 위해 어디든 취업해서 일했던 나에게 웹디자인은 나를 디지털 노마드의 길로 이끌어주어 마음 고생 없이 돈을 벌 수 있게 해줄 것 같았다. 직장에서 겪었던 괴로운 인간관계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줄 유일한 열쇠 같았다.
2.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건지..
그래서 웹디자인 이라는 일을 하려면 일단 포토샵을 공부해야할 것 같은데 어디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의 나에겐 노트북 하나 조차 없었는데, 좋은 기회에 괜찮은 사양의 노트북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지만 프리도스였다. 우여곡절 끝에 윈도우를 설치하긴 했지만 진이 빠졌는지 노트북을 잘 펼쳐보지도 않게 되었다. 그당시 나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책상에 노트북을 두면 책을 읽거나 메모를 할 공간이 좁아져서 노트북을 고이 접어 책꽂이에 꽂아두었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이런 저런 프로그램들을 만져보고 이래저래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웹디자인까지는 안 가더라도 포토샵과 친해질 수 있게 노트북과도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나갔어야 했는데 전혀 그러질 못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검색을 많이 해보고 정보를 얻고 습득해 나가야했는데 그러질 못했으니 웹디지인이며 포토샵이며 '한 번 해볼까' 정도로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다른 일 속에 파묻혀버리기 일수였던 것 같다.
3. 우연한 기회에 포토샵을 접했으나..
집 가까이 있던 번화가를 오며가는데 직업전문학교에서 붙인 교육과정 홍보물이 눈에 띄었다. 웹디자인 교육과정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볼까 생각을 하긴했지만 역시 생각만하고 잊고 있던 어느 날 언니를 따라 언니의 취업성공패키지를 관리해주는 곳에 같이 갔었다. 그런데 그 곳에도 그 학원의 전단지가 있어서 언니한테 한 번 같이 가달라고 했다. 아마 언니가 같이 가주지 않았다면 음.. 상황은 아마 또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 학원에서 나는 일러스트와 포토샵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가르치던 강사와 정말 정말 맞지 않아서 교육시작 한 달만에 나오고 말았다. 집에서 계속 공부해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흐지부지되고 포토샵은 내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4. 다시 독학으로 시작한 포토샵 공부!
작년 초에 인터넷 서점에서 포토샵 독학 책이 중고로 싸게 나온 걸 발견하고 바로 구입을 해서 공부를 했다.
그런데 책보고 혼자 공부해보려고 애썼던 그 하루 동안 너무 진이 다 빨려서 그 후로 1년 동안 말 그대로 책 표지도 들춰보지 않았다.
포토샵을 처음 공부해 본 사람은 알테지만 나는 말 그대로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 였다. 1 다음에 2 가 있는 것처럼 하나하나 알아가고 싶은데 내 앞에는 그저 알 수 없는 컴퓨터 용어들만 수많은 쌀알처럼 흩뿌려져있는 느낌이었다. 그걸 어디서부터 이해해야할지, 다시 책을 들춰볼 엄두가 안 났던 것 같다.
하지만 완전 때려치울 때까지 포기는 아닌 것!
나는 올해 다시 작년에 공부했던 책을 펼쳤다. 웹디자인이고 뭐고 포토샵 그 자체만 생각했다.
1월에 책을 펼치고 3일 정도 공부했다. 생각보다 공부가 잘되고 예전에 비해서 이해가 잘 됐으며 아는 게 많아졌다.
그러고는 두 달 동안 또 책 한 번 펼쳐보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되겠다싶어 인터넷 무료강의를 찾아봤다. 첫 1강을 듣고 나서 뭔가 나랑 안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강의를 들었다. 계속 듣다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고 강사의 진행 스타일이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강의를 6강 넘게 듣고나니 확연히 포토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강의를 끝까지 들으려고 했는데 강의 2/3 가 지났다고 그러는지 강사가 처음에 비해서 마이웨이로 속도 조절도 없이 막 나갔다.
나는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 같았고 다시 책을 보며 찬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으로 공부해보니 내 속도에 맞춰서 공부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
5. 집에서 혼자서도 계속 공부할 수 있으려면
나 라는 사람은 (외국어나 다른 어려운 책들을 읽을 때도 그렇고) '이걸 공부해서 빨리 성과를 내야지' 라는 생각이 없어졌을 때 되려 집중이 잘되는 편인 것 같다. 영어를 공부해서 빨리 토익 900점을 맞아야지, 중국어 공부해서 빨리 HSK 따야지, 포토샵 공부해서 빨리 웹디자이너로 취직해야지 등등. 조급한 마음 때문인지 여지 없이 마음이 안달나고 내가 하루 동안 공부한 게 너무 부질없어 보이고 그러다보니 공부가 짐처럼 느껴져서 되려 멀어지고 마는 과정을 반복해온 것 같다.
하지만 영어도 그렇고 하루에 5분을 공부했든 10분을 공부했든 공부했다는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그 하루 안에서는 더 욕심부리지 않으면 다음 날에도 자연스럽게 다시 책을 펼쳐볼 수 있었다. '당장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어차피 실력을 쌓아나가는 건 하루이틀, 일주일 만에 되는 일이 아니니까.. 조급함은 이런 당연함을 잊게 만드는 것 같다. 길게 봐야 하는 일인데 말이다.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하듯이 기간을 정해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혼자서 포토샵을 공부하다보니 잘하게 되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뭔가 많이 버벅대고 아주 초보적인 것도 못하는 것 같아서 막막함도 종종 느낀다. 그래도 그러려니 하면 다시 다음 날을 기약할 수 있다. '하루에 하나씩' 이라도 배워가면 그것만으로도 남는 장사인 것 같다. 오늘 완벽한 실력자가 되지는 못해도 내일 조금씩 더 나아지는 걸 반복하면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 듯이 그래도 어느 정도는 포토샵을 잘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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