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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기

4. TV 시청을 하지 않는 삶

by 쨍한 여름 2021. 4. 3.

TV 시청을 하지 않는 삶

 


1. 내 손으로 TV 를 부숴버리기까지

 

  예전의 나는 TV 를 한 번 켜면 몇 시간이고 계속 봤었다. 

외출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거나,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 또 역시 허전한 느낌이 들면 여지 없이 텔레비전을 틀고 그 앞에 밥상을 두고 밥을 먹었다. 

 

  텔레비전은 한 번 틀면 왠만해서는 끄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드라마에도 별로 흥미가 안 생기고, <나 혼자 산다> 정도에만 관심을 두고 좋아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시청한지 3시간에서 4시간이 지나면 점점 괴로워졌다. 

 

  해야할 공부가 있는데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재미있어 보여서 계속 보다가 시간이 뭉탱이로 흘러가버리면 내가 그렇게 미울 수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바보가 된 것 같았고 오늘도 텔레비전 때문에 중요한 일을 못 했다는 생각에 내가 너무 무능력하게 느껴졌었다. 

 

  텔레비전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내 힘으로는, 내 의지로는 그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당시 엄마, 아빠에게 텔레비전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엄마, 아빠는 그 텔레비전이 언니가 사준 이사 선물이라며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도 나는 계속 텔레비전을 보게 되었는데 결국엔 텔레비전이 괴물 같이 느껴지기에 이르렀다. 울면서 엄마, 아빠에게 텔레비전을 없애자고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았고 급기야 나는 집에 있던 망치로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깨부숴버렸다. 

 

 

 

2.  TV 가 없어진 후의 변화 2가지

  

  사람들은 보통 집에 텔레비전이 없으면 책을 읽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한다. 

확실히 나도 그랬다. 내 의지로 제어하기 힘들던 것을 아예 없애고나니 전보다 책 읽는 시간이 늘었다. 자고 일어나서 뭔가 마음이 허전할 때면 책을 읽었고, 밥 먹을 때도 식탁에 독서대에 책을 두고 밥을 먹거나 책상에서 책을 보면서 밥을 먹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꽤 책을 읽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책과 멀어지게 됐었는데, 텔레비전이 없어지고 그 빈 시간마다 책을 마주했더니 그 해부터 독서량이 늘어났다. 매년 적어도 50권 이상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운동도 꾸준히 하게 되었다. 

저녁 시간부터 텔레비전을 보게 될 경우 중간에 끊고 운동하러 밖에 나가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살 던 곳에 학교 운동장은 개방 시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밤 10시에는 문을 닫았다. 그 때만 해도 저녁 8시, 10시 쯤에 재미있는 드라마를 많이 하던 시기였으니 보고싶은 거 다 보고나면 운동하러 가기에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런 방해요소가 없으니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소화시킬 겸 운동장으로 걸으러 가는 게 자연스런 일상이 될 수 있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내게 찾아온 복병 

  

    그것은 바로 '스마트폰' 이다. 

요즘 스마트폰을 충전할 때는 폰을 꺼두고 충전을 한다. 그 사이에 공부를 하거나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곤 했는데 예전보다 집중이 잘 되었다. 물론 체력이라든가 다른 이유들도 있었지만 예전에는 요즘처럼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핸드폰을 한 번 잡으면 1시간이 그냥 흘러가는데 막상 그 시간동안 딱히 영양가 있는 것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핸드폰을 보고나면 머리가 멍해져서 그냥 자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스마트폰을 보며 흘려보낸 시간에 잠을 잔 시간 까지 더해져 시간 손실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스마트폰은 텔레비전과는 다르게 내가 내 의지로 보고싶은 걸 볼 수 있어서 그런지 텔레비전을 볼 때처럼 자괴감이 들지 않았는데 이게 더 위험한 것 같다. 솔직히 유튜브에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인스타그램도 그렇다. 진짜 생각없이 보다보면 20분, 30분은 그냥이고 1시간도 넘게 보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나 스마트폰 액정을 쓱 밀고 네이버에 들어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핸드폰은 텔레비전과는 달라서 아예 안 볼 수도 없다. 게다가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얼마 전 책읽아웃 팟캐스트에 나온 편혜영 작가님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기 위한 어플을 설치하고 나무를 키운다고 하셨는데, 그 어플 나도 설치했다. 그런데 잘 안된다..

 

  스마트폰을 끄고 집중했던 경험을 해보니 나도 장강명 작가님처럼 필요할 때가 아니면 폰을 끄고 할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을 만든 스티브잡스도 자기 자녀들한테는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시켰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굳이 스마트폰을 계속 켜놓을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딱히 연락을 주고 받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재중으로 중요한 연락이 들어왔다면 내가 다시 전화하면 된다.

  유튜브나 네이버를 쓰고 싶다면 노트북으로 보는 게 화면도 크고 손이나 엑셀 등으로 메모하기도 편하다. 기억하고 싶어도 손가락으로 휙휙 넘기는 스마트폰 액정으로는 보는 것만 많고 머리에 별로 남는 게 없다. 

 

  오늘부터라도 스마트폰을 끄고 내 일에 집중해봐야겠다. 

혹시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메모 해놨다가 폰을 켰을 때 한꺼번에 해야지.